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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윤회의 번뇌를 마주하다.

by damulp 2024. 11. 18.

메인포스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독 : 김기덕(나쁜 남자, 섬, 파란 대문, 사마리아 등)

출연 : 동자승(김종호), 소년승(서재경), 청년승(김영민), 장년승(김기덕), 노스님(오영수), 소녀(하여진), 소녀의 어머니(김정영), 아기(송민영), 아기엄마(박지아)

 

줄거리

1. 봄
어린 제자가 노승과 함께 호수 위의 외딴 사찰에서 살아가고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 제자는 자연  속에서 놀며 순수함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개구리,

물고기, 뱀 등 작은 동물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행동이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지 못한다. 이를 본 노승은 어린 제자에게 동물들의 고통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을 가르친다.  봄은 순수함에서 출발해 처음으로 도덕적 책임을 배우는 단계이다.
2. 여름
어느 날 사찰을 찾은 병든 여인이 머물게 되면서,  청년으로 성장한 제자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육체적 욕망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사랑의 열정에 빠지지만, 노승은 그들의

관계가 끝이 날 것을 경고한다. 결국 여인은 떠나고, 제자는 그녀를 찾아 사찰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시기는 욕망과 집착의 발현을 보여주는 성장의 시기이다.
3. 가을
성인이 된 제자는 죄를 짓고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사찰로 돌아온다.

그가 저지른 범죄는 과거의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 결과물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제자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려고 한다. 노승은 그에게 짐승의 형상을 새기는 행위를 통해 속죄의

길을 걸어가게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받아들이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4. 겨울
노승은 죽음을 맞이하고 제자는 이제 사찰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한 아이가 사찰로 찾아오며 제자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아이에게 삶의 교훈을 전하려 한다. 겨울은 깨달음과 구도의 시기를 상징하며,

자신의 업을 씻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5. 그리고 봄
계절이 다시 봄으로 돌아오면서 제자는 이제 사찰에서 스승이 되어 새로운 제자와 함께한다.

아이는 과거의 자신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삶과 계절의 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가 끝을 맺으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며,

삶의 순환과 자연의 법칙을 상징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에 대한 해석
1. 삶의 순환과 윤회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라는 계절의 순환을 통해 삶의 윤회를 묘사한다.

불교적 윤회 사상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삶은 자연의 법칙과 같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탄생과 죽음, 성장과 쇠퇴가 하나의 큰 순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생로병사와 죄와 구원의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계절의 변화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 삶의 단계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 업보와 속죄
영화는 인간의 행동에 따른 결과, 즉 업보(業報)의 개념을 강조하였였다.
어린 제자가 동물들을 괴롭힌 결과로 고통을 직접 경험하는 장면은 행동의 결과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상징한다.
제자가 성장하여 욕망에 사로잡히고 죄를 짓는 모습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어떻게 고통을

초래하는지 보여주고 있고, 죄를 속죄하는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모습은 불교적 수행과 업보의 해소를 암시하고 있다.
3. 자연과 인간의 조화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호수와 사찰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야 함에도,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자연의

순리에 반하게 된다. 영화는 자연의 풍경과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삶의 단계를

비추며, 인간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4. 욕망과 집착의 위험
영화에서 여름과 가을은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삶에 가져오는 고통을 보여주는데,

제자가 사랑에 빠지고 이를 집착으로 바꾸면서 결국 죄를 짓게 되는 과정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어떻게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독은 이를 통해 욕망을 통제하고 내려놓는 것이 인간의 구원과 깨달음의 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5. 깨달음과 구원
각 계절이 지날수록 제자는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깨닫고 변화한다.

특히 영화의 겨울과 봄은 구도자적 삶과 깨달음을 상징하고 있다. 제자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속죄함으로써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 하고, 영화는 삶의 고통이 단순한 형벌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6. 스승과 제자의 관계
영화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와 깨달음이 전수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노승과 어린 제자의 관계는 전통적 사제 관계를 통해 삶의 교훈과 도덕적 가르침을

전달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자가 새로운 스승이 되어 어린 제자를 가르치는

모습은 삶의 지혜와 깨달음이 세대를 넘어 지속됨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며, 삶의 고통과 욕망,

깨달음은 모두 삶의 순환 속에서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배경이나 스토리 자체는 나와는 달랐지만, 어릴 때 아무 이유 없이 작은

곤충들을 잡아 살생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재미로 놀면서 행했던 것과 점점 청소년기 때에 처음

성이라는 것을 알고 혼란스러웠던 것과,  결혼, 출산... 지금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는 상념은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바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지금에 와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감독도 그의 페르소나라고 하는 배우도 노스승으로 나왔던 배우도

모두 성문제로 안타까운 일들을 경험하고 있으니 이 또한 이 영화가 주는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